1.길거리 곳곳에 있던 공중전화, 아날로그 시대의 상징
한때 한국의 길거리 곳곳에는 공중전화 부스가 있었다. 버스 정류장 옆, 학교 앞, 지하철역 출구마다 공중전화가 자리 잡고 있었고, 사람들은 주머니에서 동전이나 전화카드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대중화되면서 공중전화의 이용률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이동통신 기술이 발전하고 2000년대 초반에는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공중전화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1990년대 후반 전국적으로 16만 개에 달하던 공중전화기가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3만개 이하로 줄어들었고,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가끔 지하철역이나 공공기관 앞에서 공중전화를 찾아볼 수 있지만, 사용자가 거의 없고, 관리도 예전만큼 철저하지 않다.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풍경 중 하나가 된 것이다.
2. 전화카드, 아날로그 감성을 간직한 필수품
공중전화를 사용하기 위해선 동전을 넣거나 전화카드를 사용해야 했다. 1990년대에는 전화카드가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필수품이었다. 전화카드는 카드 한 장에 일정한 금액이 충전되어 있어, 공중전화에 넣고 사용할 수 있었다.
전화카드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기도 했다. 기업들은 광고 목적으로 전화카드를 제작했고, 유명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한정판 전화카드는 수집용으로도 인기가 많았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희귀한 전화카드를 모으는 취미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휴대전화가 급격히 보급되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공중전화와 전화카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결국, 2010년대 이후로는 전화카드를 사용하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3. 공중전화에서 피어났던 아날로그 감성의 추억
공중전화는 단순한 통신 수단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학교 앞 공중전화에서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용돈을 부탁하거나,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연인들은 공중전화에서 몰래 통화를 하며 사랑을 속삭였고, 군대에 간 청년들은 짧은 외출 시간을 이용해 애타는 마음으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휴대전화가 흔치 않던 시절에는 공중전화 앞에서 줄을 서는 모습도 흔했다. 버스 정류장 근처의 공중전화 부스에는 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집에 가는 길을 알리거나, 친구들과 약속을 정했다.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는 공중전화 부스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일도 많았다.
공중전화와 전화카드는 이제 거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가끔 그 감성을 되살리고 싶을 때가 있다. 공중전화를 통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던 그 긴장감과 설렘, 한정된 시간 안에 하고 싶은 말을 다 전해야 했던 그 아날로그적인 경험은 요즘의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이었다.
최근 레트로 감성이 유행하면서 필름 카메라, 카세트테이프, 아날로그 레코드 등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공중전화나 전화카드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는 어렵겠지만,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공중전화를 유지하고 있고, 레트로 문화의 일환으로 전화카드를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한때 사용했던 아날로그적인 도구들이 주는 감성은 계속해서 기억될 것이다. 언젠가 다시 공중전화 부스 앞에 서서 동전을 넣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